훈장..
어떠한 사람의 살아온 시간에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가의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그에게 주는 증표. 이것을 받으면 사후, 국립묘지 안장 및 여러가지 혜택을 받는 것이다.
사람에게 기억이 주는 의미가 이 훈장과 비슷할 것 같다.
1. 우리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곳에서 본다. 하긴 우리가 오래되긴 했지만, 막상 서로가 만난 시간이 너무 짧았구나라며 웃었다. 기억력이 좋다는 그 녀석의 말에 한게 너무 없어서라고 웃어보였다. 그래도 괜찮았다며, 그래도 그때는 아무걱정 안했었다고 말했다. 영빈이는 만나는데,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너를 보며, 넌 내게 기억이구나라고 생각했다.
2. 너 하나도 안 변했어라고 말하는 내게, 웃으며 많이 변했다며 모자로 얼굴을 가려버리던 네게 서운해하진 않는다. 모자 속 얼굴을 보는 것도 그렇게 싫은 건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그땐 너보다 내가 모자를 많이 썼다며 말하는 내게, 너는 요즘 모자 안 쓰냐고 물었다. 어울리지 않아...라고 말했다.
3. 이어폰을 끼지 않는 건 처음이네. 잃어버렸어라고 물어보는 네게 그랬다고 말했다. 여자친구 없는 이유가 이어폰때문이라고, 웃었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잘못지낸다는 것을 모를리가 없다는 것을 들켰다는 것보다.. 성격도 여전하다는 것을 알려져버린 것에 대한 자책감이라고 할까...
4. 전화를 한다. 내 이름이 나온다. 공연보겠다는 얘기도 했나보다. 아냐고 물었다. 응 가끔 얘기한다고... 그만두고 서울대 갔다는 얘기도 했고. 최근에 공무원시험에도 붙었다고...내가 가까운 사람이었구나, 엄마에게 이름과 사진을 보여줄 정도로. 네 친구 중에서도 꽤나 가까운 사람이구나. 결혼식 오겠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보니, 자기는 오겠단다. 자기가 키운 아들 보내는 심정으로 오겠단다. 웃었다. 너도 점점 내가 부담스럽지 않은가보다. 난 다시 생각한다. 남녀가 친구로 남을 수가 있을수도 있겠다고. 알았어 나도 올게.
5. 신나게 놀 줄 알았다. 재밌었다고 말하는 너. 그리고 너 정말 재밌게 놀더라라는 말에.. 솔직히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노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콘서트였다고. 그리고 성격이 극이었다고. 여전히 열정적이다라고 말하는 너에게. 조절이 안 되는것도 있다고.
6. 사진을 찍었다. 난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녀석은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처음이었다. 너랑 나. 둘이서만 찍었던 사진은 말이다. 처음이란 얘기에 놀라던 너에게, 우리가 함께였던 건, 9개월밖에 안됐다고. 난 말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오래된 사이, 그러나 생각보다 짧았던 사이. 그래. 우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구나..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던 네가 메신저로 제일 많이 한 건 내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는 나와 대화하며, 뭔가를 떠올려냈다. 그거면 됐다. 만족할게.
마지막... 나의 시작은 너에게 사탕을 준 수줍은 아이었다. 그리고 비슷한 곳에, 항상 옆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은 사람. 그래서.. 난 그 자리를 유지했다. 1년을 아무와 연락하지 않던 너, 그리고 1년을 혼자 버틸수 밖에 없었던 나. 그래서 다시 돌아온 내게 넌, 반가워했고 난 너를 보러가는 길이 항상 설렜다. 내가 보는 넌, 항상 자랑스러운 모습이었다며.. '기억하고 있을게, 잊지 않을게'라는 말은 내가, 그리고 네가.. 해놓고 있는 말이었다. 어쩌면, 마지막까지도 내가 유지해야할 자리는 '너의 친구'라고. 시작은 화이트데이의 사탕이었지만, 끝은 네 남자친구와 어색하지 않게 인사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네 결혼식에서 너희 부모님과 안부를 주고 받는 모습, 그게 네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그래서 생각한다. 넌 내게 훈장이라고.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인,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람. 우리니까, 우리니까 할 수 있는 말을 하며, 우리니까 웃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니까 너 이랬었는데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한다. 이젠 내가 너에게 소개시켜달라고 말을 한다. 여전히 넌 내 옆에 있다. 기억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그리고 날 계속 지켜주는 사람. 그래서 때론 우리가 어떻게 됐을런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 난 생각조차 안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여전히 우린 잘 지내고 있고, 여전히 우린 연락하고 있으니까.
이런 사람이 있었다 정도로 말하기엔, 너에게 난, 꽤나 네 인생에서 중요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던 건지도 모른다. 너 정도는 내가 평생 알고 지낼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힘들게 살고 있다면, 방황하고 있다면. 내가 소개시킬 사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고. 넌 내게 그런 말을 하면서 날 밀어냈다. 이제서야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 소중한 사람에게 힘이 되줄 네가 아닌 다른 사람... 그게 나일지도. 그거라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나도 이제서야 해갈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 인생의, 내 20대의 훈장같은 사람인 너를 계속... 만나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시 만날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네가 말했고, 내가 따를 것이니까. 그리고 이 사이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이다.
'어제 하루 어떻게 보냈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훈장-기억에 대한 이야기. (1) | 2012/04/22 |
|---|---|
| 현복씨, 오늘 고생 많았죠? (1) | 2010/04/21 |
| 거울을 본다. (1) | 2010/04/18 |
|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0) | 2010/04/14 |
| 안녕을 고한다. (0) | 2010/03/15 |
| 휴학계 내러 가던 날. (0) | 2010/03/03 |